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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성/넷플릭스 영화 After

[넷플릭스 추천영화] - 이제 그만 끝낼까 해

2020.9.4 넷플릭스

드라마, 심리 공포, 스릴러

감독  찰리 카우프만

배우  제시 플레먼스, 제시 버클리, 토니 콜렛, 데이빗 듈리스

원작  이언 리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음악에도 몽환적인 음악이 있듯이 우선 이 영화도 매우 몽환적인 영화라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이 영화를 선택하려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제목이 주는 메세지가 뭘 의미하는지 궁금했고 끌렸다.

분명 남녀가 헤어지고 만나는 사랑이야기는 아닐 듯한데, 아니면 남자친구를 향한 여주인공의 복잡한 마음을 그린 영화일까? 하면서 나른한 오후에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사람을 나른하게 만들면서도 또 화면을 향해 몸을 바짝 당기게도 하고, 귀를 쫑긋하게 하기도 하고, 뇌 회로가 바삐 움직이게도 하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커피 한잔과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보다는 각 장면이 주는 감정을 잘 느끼면 될 것 같다.

장면과 대사들, 생각이 정지된 듯 아닌 듯 갖가지 변화되는 감정으로 영화를 지켜보는 나.

이 셋이 영화 속에서 함께 존재하며, 흐름과는 무관하게 마지막까지 계속 함께 눈보라를 헤쳐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눈 내리는 겨울, 여주인공 루시 (제시 버클리)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루시'라는 이름은 곧 등장할 남자친구 제이크가 어린시절 배운 시에 나오는 소녀의 이름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부분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포인트 였다는 생각이 든다.

루시는 만난지 7주 정도 된 남자친구인, 남주인공 제이크 (제시 플레먼스)의 차를 타고 외딴 시골농장에 사는 그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루시는 제이크를 아주 좋은 남자라고 생각하지만 자꾸만 묘하게 어긋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그 와의 헤어짐을 가슴속 한켠에서 꺼낼 준비를 한다.

서로 사랑스러운듯 바라보지만 이내 차안에서의 공기는 바깥 공기 마냥 차갑게도 느껴진다.

차안에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꽤 오래 나오는데 대화 소재도 굉장히 풍성하고, 또 둘다 아주 똑똑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해야 할 과제로 인해 꼭 다시 밤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루시, 조금씩 거세지는 눈보라가 왠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제이크 부모님의 농장에 도착한 둘.

2층 창문 위에서 밝게 손 흔드는 그의 어머니.

그러나 그 전에 농장을 소개시켜준다며 그녀를 데려간다.

제이크는 돼지들이 죽어간 자리와 그 돼지들의 몸 아래쪽에 구더기가 가득차 있었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겨우 만나게 된 그의 부모님. 어머니 (토니 콜렛), 아버지 (데이빗 듈리스).

굉장히 반가운 듯 조금은 이상해보이는 모습으로 첫인사를 한다.

식탁 위 차려놓은 많은 음식과 자꾸만 어긋나는 듯한 대화.

대화속에서 루시는 화가이자, 양자 물리학자이자, 노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루시이자, 루이사로 불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직업과 이름으로 바뀌면서도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진다.

나는 그 순간 여주인공 루시는 재능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착각아닌 착각도 했다.

 

위에 소개한 이야기부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서의 모든 장면은 시간적 흐름과 무관하게 모두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그러니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쉽지많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ㅎ

 

 

계속 이어나가자면....

화가로서의 루시는 그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휴대폰 속 사진을 통해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보여준다.

조금은 어두워 보이는 듯한 그림들.

그러나 제이크의 아버지는 그 그림들을 조금은 냉소적인 태도로 바라본다.

 

그의 집 지하실에 호기심을 보이는 루시를 막아서는 제이크.

결국 제이크 어머니에 의해 지하실로 내려간 루시.

그 지하실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게된다.

루시 자신이 그린 수많은 그림들이 그곳에 있었고, 그림에는 이상하게도 제이크의 이름이 쓰여있다.

또한 윙윙 돌아가는 세탁기 안에는 고등학교 관리인의 유니폼이 몇벌이나 들어있다.

지하실에 간 루시에게 화를 내는 제이크의 모습도 보인다.

 

식사 후 제이크의 어머니는 아주 맛있어보이는 초코 롤케잌을 꺼내오기도 한다.

 

 

제이크가 보이지않자 2층으로 가게 된 루시.

그곳엔 백발의 노인의 모습을 한 제이크의 아버지가 있었고.

또 다른 곳에는 백발의 모습으로 아주 야위고 아파보이는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제이크는 어머니에게 죽을 떠서 입에 넣어드리고 있었다.

치매에 걸린 제이크 부모님의 모습.

루시는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굉장히 힘들어하는 그를 칭찬하며 위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눈보라가 더 심해져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루시.

 

여기서 제이크가 루시에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인정받고 싶었다'라는 식의 말.

밑에서 기다리기로 한 루시가 계단을 내려오며 마음속으로 하는 수많은 말.

이 두 장면에서의 대사는 영화속 누군가의 진짜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농장을 떠나기 직전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는 제이크의 모습을 보는 루시.

영화를 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시간, 장소에 혼란을 느끼던 중, 이제 농장을 떠나 장면은 다시 제이크의 차안으로 옮겨지고 둘의 대화가 시작된다.

웃지만, 굉장히 슬퍼보이고, 어색해보이고, 어두워보이는 느낌의 둘의 모습.

농장을 향할때보다 훨씬 더 해 보였다.

 

 

마음 급한 루시와 달리 어릴적 자주갔던 털시타운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제이크.

그곳에서 또 묘한 메세지를 던지는 아이스크림가게 직원.

너무도 달달한 아이스크림은 몇입 먹지 못한 채 다 녹아버린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휴지통에 꼭 버리겠다는 제이크로 인해 할 수 없이 한참을 달려 제이크의 고등학교로 가게된다.

 

 

차안에서 다투던 둘은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누가 훔쳐본다며 화를 내며 그를 잡으러 가는 제이크.

결국 그를 찾으러 학교 안으로 들어간 루시는 그의 부모님의 집 세탁기 속에서 본 그 유니폼을 입고 학교 복도를 청소하는 늙은 관리인을 만난다.

루시는 어쩌다 관리인에게 제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러다 그 노인과 루시는 서로를 안아주면서 슬퍼한다.

그러다 갑자기 루시와 제이크의 옷과 똑같이 입은 남녀가 나타나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뮤지컬 '오클라호마'의 한장면을 연출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후 영화가 마지막을 향해 마무리를 시작한다.

 

 

노인이 돼지와 함께 학교안을 뛰어다니는 장면.

나이든 제이크가 물리학자로서 상을 받는 장면,

이를 나이든 루시와 그의 부모님이 벅찬 표정으로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는 장면.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시선이 노인의 것으로 보이는, 눈덮이고 낡은 차로 향하는데 그 곳이 그 노인이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가만히 보면 모든 인물들, 그 돼지까지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제이크는 곧 노인이다. 제이크는 곧 루시다. 제이크는 곧 루이사다. 제이크는 곧 구더기 가득한 돼지이기도 하다.

 

 

나와 같이 평범하게 그저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영화임이 분명하다.

보는 도중에 잠시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꼭 마지막까지 함께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차리든 아니든, 각자가 받은 느낌 그리고 그 메세지가 조금은 남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영화를 다 보고난 이후에는, 원하든 원치않든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거슬러 가보고 곱씹게 될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는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의 리뷰를 보며 그 궁금증을 함께 풀어가기도 하면서...

 

모든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는 영화는 시도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지켜본 영화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느끼는 감정, 전해오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마음속에도 한번 들어가보고, 소위 정답이라고 하는 전문가의 평도 보면서 다양한 시각을 느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영화 속 루시의 독백 -

 

"모든 건 죽어야 한다. 그건 진실이다.

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려는 이들도 있다.

죽음을 초월해 살 수 있다고.

그건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는 인간만의 환상이다.

나아지지 않을 걸 인간만 알기에 생겨난 걸지도 모른다.

확실히 알 길은 없지만 자신의 죽음이 필연적임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동물들은 현재에 산다.

인간은 그럴 수 없기에 희망을 발명한 거다."

 

희망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비관적인 태도와 고독한 인간 그 자체인 듯한 그가 굉장히 안타깝다.

우리 모두가 과거와 미래보다 그저 현재를 더 소중해하고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누구나 더 행복해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꿈만 꾸다가 소중한 현재를 흘려보내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