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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성/넷플릭스 영화 After

[넷플릭스 추천영화] - 집으로 가는 길

2013.12.11 개봉

드라마

감독  방은진

배우  전도연, 고수, 강지우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다는 말이 딱 맞는 영화다.

물론 인물 등 내용을 재구성 했다고 하지만 영화같은 현실에 웃고, 울고,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멍해졌다.

전도연 배우의 과장없이 가장 현실같은 연기가 중심을 잘 잡아줬고 배성우 배우의 얄밉도록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몫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적인 이야기인 만큼 시간의 흐름대로 그들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2004년 4월

종배(고수)의 카센터 운영을 도와 함께 일하는 아내 정연(전도연).

너무나도 예쁜 딸 4살 혜린이(강지우), 가족은 소박한듯 보였지만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이다.

큰 눈망울 만큼 사람좋아 보이는 종배에게 친한 동생들이 있었다.

사실 어쩐지 종배와는 너무 다른 느낌의 동생들이라는 생각이 들긴했다. 

그러다 결국 종배가 보증 섰던 친한 동생이 사채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을 하고 만다.

큰 빚을 떠안게된 가족은 모든것을 다 정리하고 셋이 겨우 살만한 집으로 이사를 하게된다.

 

방세를 몇달째 못내서 집주인에게 독촉을 당하는 상황에 정연은 힘들어하고, 종배는 자신탓을 하면서도 아내 정연에게 화를 내면서 단란한 가족에게 그늘이 지기 시작한다.

이 때 친한 동생 중 하나인 문도가 부부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원석을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일. 혹시 걸리면 세금만 내면 된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가고싶어하고, 친구도 보고싶어하는 딸 혜린.

남편 종배가 집을 비운사이 엄마 전도연은 힘든 상황에 조금이라도 자신이 돈을 벌어 보탬이 되고자 결심을 한다.

크고 비싸보이는 아기 인형을 만지작 거리는 혜린에게 어쩔 수 없이 분홍색 토끼 인형을 안기고, 3일 후에 온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난다.

 

 

프랑스 파리의 오를리 공항

그 상황만 빨리 벗어나면 된다는 정연의 떨리고 불안한 마음이 보는 나에게도 너무많이 전해져서 함께 떨리고 있었다.

결국 공항에서 의심을 받게되는 정연, 공항에서 잡히게 되고 그 동생은 도망친다.

가방에서 코카인이 나오고, 원석이라고만 생각했던 정연은 당황하며 고개만 흔든다.

현행범인 정연은 파리의 한 경찰서에 갇히게 되고, 문도의 여자친구도 함께 갇히지만 프랑스에서 추방이라며 한국으로 보내진다.

 

정연은 파리 외교의 프랜교도소에 수감된다.

파리의 한국대사관에서 추과장(배성우)이 절차상 매우 형식적으로 교도소의 정연을 만나러 간다.

마약범은 외부통화가 되지않는 규정이 있었지만, 정연이 무릎꿇고 부탁해서 남편 종배와 짦게나마 통화할 수 있었다.

  

한국대사관 방영사(류태호)에게 추과장이 대사님께서 움직여주시면 정연이 불구속기소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을 해서 좀 다른 사람이구나 했는데 윗물이 맑지 않으니 역시 아랫물도 오물처럼 고여있었다.

그들에게 정연은 그저 한국 망신시킨 마약범, 그리고 귀찮은 일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의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휠씬 더 중요한 한국대사관에게는.

그 귀찮은 일거리가 억울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 한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한 가족을 고통속으로 밀어넣을지라도

애초에 그 어떤 말에도 귀 기울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사이 종배는 딸 혜린을 안고 다니며 정연이 풀려나게 하기위해 한국대사관 이며 검찰이며 찾아가고, 도망친 동생 문도를 찾아야만 하기에 고군분투하는데... 그 사이 방세가 밀려 주인이 짐을 다 뺀다.

 

 

수감 3개월 후 파리에서 9시간 거리에 있는 마르티니크 뒤코 교도소로 이송된다.

여성교도소이자 인권이라고는 없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곳이었다.

수감원들을 성폭행하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는 여성 간수장(코린 마시에로).

첫인상 부터 마지막까지 마주하기 힘든 얼굴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 역할에 찰떡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은 감방의 얄카(요안나 쿨릭)는 이 간수장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먹을것들을 받아오면서 지내고 있었다.

다른 수감원들의 괴롭힘으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해 감방에서 흘린 빵을 주워먹는 정연의 모습을 본 얄카는 그 빵 하나를 정연에게 나누어 주면서 이때를 계기로 여러 일을 함께 겪으면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얄카에게 언어도 배우며, 한국을 떠난 이후 정연이 처음으로 한번 웃어보는 시간이었다.

 

 

찜질방을 전전하며 종배는 문도를 찾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오직 문도를 잡기 위해 문도를 쫒는 어떤 무리 뒤를 따라가기도 하고 검찰에 오히려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정말 눈물나게 고군분투한다.

 

결국 서문도가 잡히고 재판에서 문도는 정연이 그 물건이 코카인인줄 모르고 한 일이었다고 증언하게 되면서 수감중인 정연이 빨리 풀려날 수 있는 결정적인 판결이 나게 되었다.

 

수감 9개월째, 재판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임시구금 4개월 연장이 결정. 

문도의 재판에서 정연은 몰랐다는 판결서류가 한국대사관에 넘겨졌고, 이에 대해 대사관에 전화까지 하면서 통역 잘 해서 정연의 변호사에게 전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으나....

한 사람, 한 가족의 목숨같은 소중한 서류는 대충 보관되어지고, 실수로 파쇄되어 정연이 재판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확인해달라고 부탁하는 종배의 전화를 받는 동안 한국대사관 직원 추과장은 자신이 마실 커피에 설탕을 넣고 저어주는 일에 더 집중해있는 모습이었다. 아... 감정이입이 너무 되었나... 내가 속이 터지고 울분이 났다.

 

언어 문제로 소통이 되지않는 타지에서 정연은 그 어떤것도 할 수 없었고 한국대사관에 계속해서 절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고, 통역을 구해달라는 부탁에도 여기에 교인이 단 1명도 없다고만 말한다.

정연의 편지에 다들 진상손님 대하듯 굴었다.

 

 

재판을 왜 받을 수 없냐고 불어로 재판이라는 단어로 울부짖는 정연에게 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네 대사관은 나쁘다. 책임감이 전혀 없어요"

 

정작 한국 망신을 시키는 것이 누구인지.......

 

한국에서 종배의 친한 동생 광식(이동휘)이 자신의 PC방 손님들과 함께 인터넷 까페를 만들고 도움의 글을 올린다.

 

간수장이 정연을 태우고 함께 어딘가로 가던 중 차를 세우더니 정연을 성폭행하려하다 정연의 고함 소리에 결국 실패하고 정연은 숲에 나있는 길로 미친듯 뛰어가기 시작한다.

 

한참 후 도착한 그곳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야자수 나무가 펼쳐져 있다.

 

 

한편 남편 종배가 정연의 짐을 보다 신혼여행때 10주년 기념으로 가자며 카리브해 여행에 관해 스크랩해놓은 신문을 보게되고 그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정연은 그 사건 이후 바퀴벌레, 곰팡이가 가득한 독방, 빛도 겨우 들어오는 공간에서 너무나도 지쳐 버틸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수감 16개월 후 가석방 되어 한 아주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 한칸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게된다.

그런 정연에게 찾아온 한국 대사관 직원은 바캉스 와있다고 생각하라는 정말이지 힘이되는(?) 위로를 보내며, 마약범은 원래는 10년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음료수라도 사먹으라며 돈 몇푼 쥐어주고 가버린다.

 

 

프랑스 대사관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종배. 프랑스대사관 홈페이지에도 그 사연이 올라오는 등 네티즌들에 의해 인터넷에 이 사실이 점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한국의 방송사 PD가 취재를 위해 종배에게 정연이있는 마르티니크로 가자고 한다. 가석방 아파트에서 만난 정연과 종배, 둘은 참아온 그리움을 다 토해내기 시작한다.

 

둘은 너무도 오랜만에 함께 아름다운 바닷가를 걷고있었다.

그곳은 부부의 오랜 꿈의 여행지, 카리브해였다... 

간수장을 피해 도망치다 만나 그 꿈같이 아름다운 바다가 바로 그곳이었다.

이 곳에서 조차 그들은 온전히 행복하지 못한, 악몽같은 현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여보, 당신 대신 내가 집에 가면 안될까?..."라고 말하는 정연에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더이상 버틸힘이 없음이 온전히 느껴져서 정말 가슴 아팠다.

마르티니크엔 이미 3년이나 거주중인 유학생도 있었으나 한국대사관의 무관심으로 소통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대사관에 취재진이 종배와 함께 찾아간다. 

당황한 한국 대사관에서는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인해 어렵다고 호소하기 시작하고,

재판 결과서류 발송 등기번호를 요구하자 국가공무원 못믿냐는 식으로 나온다.

결국 서류는 발송하지 않았던 것.....

  

네티즌들의 응원이 물결치기 시작하고, 인터넷에 종배가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글을 남긴다.

 

2006.11.8  수감 24개월째 첫 재판.

정연에게 새로운 변호사가 오게되고 1명있었던 유학생을 통해 통역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

 

저는 죄인입니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과 무지.

지난2년간 저의 욕심과 무지로 인해 피해를 입힌것에 용서를 빌었습니다.

하지만 또 가족에게 용서를 빌고싶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 아내로 살고싶습니다.

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라고 마지막 말은 연습한 불어로  말합니다.

정연이 얼마나 가족과 집, 그 일상을 그리워했는지 정말 뼈저리게 와닿는 장면이었다.

나도 같이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756일만에 집으로 돌아온 후.

한참 후 마지막 외교통상부의 전화.

"축하합니다. 송정연씨가 징역1년을 받으셨습니다." 마치 경품당첨 축하전화 같았다.

일거리가 하나 처리되었나 보다. 사실 대사관의 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영화에서 보여준 태도와 현실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의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몇가지 기억나는 장면이 생각난다.

영화에서 교도소의 정연이 종배에게 속옷과 딸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자 종배가 아내의 속옷을 챙기는 장면이 있다. 구멍나고 오래되어 헤져있는 속옷 뿐 하나도 제대로 된 속옷이 없음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종배는 아내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잘 알게되었던것 같다. 그가 이제 그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죽기 살기로 문도를 쫒는 종배를 보고 문도를 쫒던 무리의 한 남자가 하는 말.

"인디언이 기우제 지내면 반드시 비온다는 말이 왜인지 아나?

 기우제는 비가 올때까지 지내기 때문이지. 악착같이."

너무도 가느다란 희망을 붙들고 그 긴 시간을 버틴 종배와 정연의 마음과 시간을 말해주는 듯 했다.

기우제를 지내듯 그렇게 애타게 756일을 버텼으리라...

 

이 가족의 힘을 영화를 통해 꼭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